국회부산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

검색 아이콘
홈
  • 검색
    검색 아이콘
닫기

이슈엔북스(Issue & Books)

제16호 예술·스포츠

스마트폰으로 즐기던 웹소설과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합니다.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원작을 ‘스크린셀러(Screenseller)’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웹소설과 웹툰 시장의 성장이 있습니다. 거액의 제작비가 드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대중의 반응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험대 역할을 합니다.(권호영. (2023). 96세 미키마우스가 현역인 비밀. 경진출판, p.26) 독자의 조회수, 댓글, 유료 결제 등은 어떤 이야기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됩니다. 2023년 기준 웹툰 산업 매출은 2조 원을 돌파했고, 웹소설 역시 매출 1조 원이 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시장 특성은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웹소설로 이야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검증된 작품은 웹툰으로 제작되어 팬덤을 구축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며 흥행 가능성을 증명한 최상위 IP(지식재산권)만이 영상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이는 제작사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대중에게는 검증된 이야기를 다른 형태의 재미로 제공하는 합리적인 공식이 되었습니다.

 

Google AI 생성 후 2차 가공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이 검증 시스템을 통과하는 걸까요? 인기 작품들의 중심에는 현실의 결핍을 채워주는 판타지가 있습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얻어 성장하고, 어려운 문제를 막힘없이 해결하며 성공을 이루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주인공 ‘김독자’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동시에 어느 소설을 유일하게 완독한 독자입니다. 어느 날, 그 소설의 내용이 현실이 되면서 김독자는 유일하게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독자’로서 미래의 지식을 활용해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이 설정은 독자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에 들어간다면?’이라는 상상을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 전지적 독자 시점 = 싱숑 장편소설

  • 신과 함께 : 이승편 : 주호민 만화

  • 유미의 세포들

  •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시즌1

 

독자들의 지지를 받은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여러 장르로 변주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전략을 통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갑니다.(권호영. (2023). 96세 미키마우스가 현역인 비밀. 경진출판, p.48) 천만 관객을 동원한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 웹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해서 세계적인 상을 휩쓴 <나 혼자만 레벨업>, 그리고 <전지적 독자 시점> 단독 원화 전시전 개최 소식처럼, 잘 만든 원작 IP의 강력한 힘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공 공식이 업계의 표준처럼 여겨지면서 IP의 힘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원작의 압도적인 인기, 최고의 제작진, 막대한 자본까지, 성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흥행 실패는 우리에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단순히 원작을 충실히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핵심은 다른 매체와 새로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섬세하게 ‘번역’하는 기술에 있습니다.

 

이야기의 그릇, 즉 ‘매체’를 바꾸기 위해서는 고도의 번역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령 데포르메 그림체와 독백 위주의 웹툰 ‘여중생 A’를 사람들의 대사 위주로 진행하는 영화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 선택인 셈입니다.(김강원. (2021). 웹툰. 커뮤니케이션북스, p.562) 또한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방대하고 복잡한 서사를 2시간 남짓한 영화에 압축하게 되면 이야기의 매력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긴 호흡으로 원작의 깊이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OTT 시즌제 시리즈가 더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번역은 원작을 모르는 새로운 팬들뿐만 아니라, 원작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기존 팬덤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된 만화들」에서 지적하듯이 팬덤은 흥행의 든든한 초기 동력이 되어주지만, 때로는 각색의 가장 큰 족쇄가 됩니다. 원작의 디테일을 그대로 재현하길 바라는 팬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매체의 문법에 맞게 번역하여 설득할 것인지는 각색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 영화가 된 만화들

  • 96세 미키마우스가 현역인 비밀 : 문화콘텐츠 지식재산권 비즈니스

  • 웹툰

  • 세계관 만드는 법 : 콘텐츠를 더 오래, 깊이 즐기기 위하여

이한솔. (2023). IP 유니버스. 미래의창.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수조 원 규모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원작과 영상화된 작품이 거의 동시에 소비되며 서로의 팬덤을 키워주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는 완성된 2차 창작물의 판권을 파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IP 자체의 팬덤을 직접 쌓아가는 비즈니스가 핵심이 된 것입니다.

 

IP 유니버스」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세계관 비즈니스’로 정의합니다. 성공의 관건이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를 변주하는 것을 넘어, 팬들이 기꺼이 머물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확장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IP의 인기만 맹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성공의 열쇠는 이름값이나 자본이 아니라, 원작의 핵심 감성을 꿰뚫고 매체의 특성에 맞게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섬세한 과정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상상력으로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음 스크린셀러는 어떤 모습일지, 그 가능성을 기대해 봅니다.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