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1일, 금정산이 제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도심 속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금정산과, 우리나라 대표 철새도래지이자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금정산의 숲길과 낙동강의 물길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알아보고, 이 소중한 생태의 길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부산의 진산(鎭山)이자 시민의 허파로 불리는 금정산은 강원도 태백산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핵심 구간에 자리한 산이며,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산성이자 국가유산에 등록된 금정산성을 품고 있습니다. 총면적 66.859㎢ 중 부산이 78%, 양산이 22%를 차지하며, 해발 801.5m의 산줄기가 7개의 행정구역(부산 금정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연제구, 양산시)에 걸쳐 있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이자 쉼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귀한 자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민사회에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4년 ‘금정산 국립공원 10만 명 서명운동’, 2019년 부산시의 환경부 공식 건의, 범어사 등 80%에 달하는 사유지 소유자들 설득 등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실로,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만인 2025년 10월 31일, 금정산은 마침내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번 지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개최한 제144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결정(안)’이 통과되며 이뤄졌고, 법적 효력이 발휘되는 정식 지정일은 2026년 3월 3일입니다. 1987년 소백산 이후 37년 만에 보호구역이 아닌 곳에서 지정된 것이자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 14종을 포함한 1,78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자연경관 71곳과 문화자원 127점이 분포하는 등’을 지정 이유로 밝혔습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정책적 판단 그 이상으로, 시민들이 앞으로 어떤 생태적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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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금정산 숲길과 더불어 또 하나의 자연 유산이 있습니다. 이곳은 낙동강 하류, 강서구와 사하구 사이에 펼쳐진 을숙도 일대의 철새 도래지입니다.
도심 속을 흐르는 생명의 물길인 이곳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지점으로,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갯벌, 모래톱, 염습지가 드러나는 생태 환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형과 식생구조는 풍부한 먹이원을 만들어내어, 동아시아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월동과 휴식을 위한 최적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낙동강 하구에서는 총 330여 종 이상의 조류가 관찰되었고, 과거 겨울철에는 최대 10만 마리에 가까운 철새가 집단 도래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처럼 지형적·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곳은 1996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더불어 겨울철 시베리아~중국 북부~일본~호주로 이어지는 국제적 철새 이동 경로(EAAF)의 핵심 중간 기착지로 평가되어 2009년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하였습니다.
현재 부산시는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정될 경우 낙동강 하구의 생태 복원, 탐방 체계 정비, 습지 보호 등이 더욱 체계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낙동강 하구는 생태의 보고로서 부산이 품은 자연의 깊이를 드러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생태적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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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금정산과 낙동강 하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풍요롭고 넉넉한 자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가까이 두고 살펴보면, 그 내부에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미세한 균열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크게 느끼지 못하는 동안, 생태계는 천천히 확실하게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산 곳곳에는 여전히 쓰레기 투기와 불법 취사 흔적 등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쓰레기 하나는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이것이 쌓이면 토양을 오염시키고, 야생동물에게는 위험한 섭취물이 되며, 산불 위험까지 높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자연을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금정산은 지금도 일상의 무심함이 남긴 흔적에 조금씩 침식되고 있습니다.
한편, 부산연구원은 "낙동강 하구 최근 28년(1997년~2024년) 간 연평균 기온을 비교한 결과 후기 10년간 1월, 8월 평균 기온이 전기 10년간 기온보다 각각 0.9도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국제신문. (2025.9.1.). 0.9℃의 가혹한 대가…낙동강 생태계 무너진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제신문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라는 주제로 특집 기사를 내며 생태계 변화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온 상승은 겨울 철새의 도래 시기를 한 달 이상 늦췄고, 낙동강 하구 70%를 차지하는 버드나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해충에 고통받는 등 생태적 균형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 11월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을숙도 일대 출입이 제한되며 또 다른 위협이 더해졌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야생 조류와 가금류를 오가며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인간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금류 전염병을 넘어 철새 이동 경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적 위험 요인입니다. 바이러스의 전파는 일부 종의 대량 폐사, 서식지 변동, 먹이사슬 불안정 등 폭넓은 파장을 발생시키며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버린 작은 쓰레기, 점진적인 기온 상승, 바이러스 확산 등은 자연의 회복력을 약화 시키고 생태 구조 곳곳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당장 우리 일상에 크게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삶의 기반을 위태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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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금정산의 숲길과 낙동강 하구의 물길이라는 두 개의 자연을 품은 도시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러한 귀중한 생태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축복입니다. 이것은 동시에 자연을 돌보는 보존의 책임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위태로워진 생태계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우리의 선택과 행동만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갈림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이나 운동이 아닙니다. 생태 교육을 통해 환경의 가치를 이해하고, 작은 쓰레기 하나를 되가져오는 행동 등 사소해 보이는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자연을 바꾸는 거대한 힘이 됩니다. 결국 생태 보전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꾸준한 선택 위에 세워집니다. 우리 곁의 소중한 자연을 지켜내는 주체는 결국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도시는 재건할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자연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는 생태계의 경고 신호들은 우리가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작은 실천이 이어질 때, 부산이 그려 갈 생태의 길은 다시 단단해져 미래 세대에 숲길과 물길을 온전히 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 가까운 산에 방문하여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산속의 새와 식물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길 위의 쓰레기를 주워오는 등 자연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에는 조금 더 회복된 자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