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은 6.25 전쟁이 발발 중이던 1952년 부산에서 탄생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2022년 3월 국회도서관의 첫 번째 분관, 국회부산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2025년 3월이면 개관 3주년이 되는 국회부산도서관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국회도서관의 탄생부터 부산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현재의 국회부산도서관까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부산은 6.25 전쟁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였습니다.
전시 정부는 부산 제1, 2차 임시수도 기간인 3년 동안 경남도청 청사를 임시 중앙청으로 삼고 정부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국회도 정부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전쟁 수행, 치안, 전쟁 피해 복구 등을 위한 입법 및 예산 조치와 외국 원조를 위한 의원외교 활동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국회는 처음에는 문화극장과 부산극장 등을 사용하다가 1951년 6월 27일부터 경남도청 내 무덕전을 임시의사당으로 사용하였습니다.(임시수도기념관. (2019). 한국전쟁과 임시수도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참조)
경남도청의 부속시설이었던 무덕전은 지붕이 크고 넓은 공간의 건물이었습니다. 이에 경상남도 경찰부 관리하에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무덕전은 국회가 서울로 환도하는 1953년 9월까지 약 2년 4개월간 국회의사당의 기능을 하였습니다.
국회도서실은 1951년 7월 26일 도서실의 필요성을 주장한 윤택중 의원 외 16인의 '국회도서실 설치에 관한 결의안' 발의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힘이 미치는 한 단 우선 한 칸의 도서실이라도 설치하여 국내외의 신문 등이라도 입수하도록 하여 우리의 사명에 만 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함... (중략)"
위 문구는 결의안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이를 미루어 보아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도서실의 필요성을 얼마나 중요시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결의안은 9월 10일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94인 중 찬성 77표로 가결되며 본격적으로 국회도서실 설치를 준비하였습니다.
1952년 2월 20일 무덕전의 1층 한 실(室)에서 7개의 서가에 3,604책으로 국회도서실이 개관하였습니다.
개관 장서 3,604책은 피란 중 가져온 386책과 구입 도서 1,081책, 기증도서, 미국 공보원에서 대여한 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중 기증도서 1,500책은 서울대학교 이하윤 교수가 대부분 문학 작품류인 자신의 개인 소장본 전체를 신설되는 국회도서실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보내온 것입니다. 미국 공보원이 대여한 700여 책은 주한미국대사 존 무초(John J. Mucio)가 1951년 12월 16일에 '국회도서실에 대여한다'라는 공식 서한과 함께 국회사무처에 보내온 것입니다.(金膺顯. (1953.4.). 國會圖書館의 設立과 將來, 國會報, Vol.3, p.143 참조)
국회도서관의 1호 장서는 존 무초 미국대사가 대여해 준 1928년 발행된 영미 시·수필집인 「Some modern poets and other critical essays」입니다.
1호 장서는 국회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등록명세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등록명세서에서 1호 장서의 등록 시기는 1956년 5월이었습니다. 이를 미루어보아 피란 시절에는 책을 서가에 배열하는 것으로 장서를 관리하였고, 서울 환도 이후 소장 장서를 체계적으로 등록·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권용선. (2016.8.). 국회도서관에서 첫 번째로 등록한 책은?. 국회도서관, Vol.53 No.7, pp.48-57 참조)
국회도서관 1호 사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로 유명한 김응현 선생입니다. 6·25 전쟁 당시 국회사무처에서 근무하던 김응현 선생은 1952년 개관한 국회도서실의 첫 번째 직원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또한 1950년부터 10년 가까이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인 「국회보」의 주간으로 일했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확언에서 또 대한민국이 민주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에서 서약한 것으로 국회도서관은 설립된 것에 틀림이 있지 아니할 것이다... (중략)"
위 문구는 「국회보」 제3호에 실린 김응현 선생의 '국회도서관의 설립과 장래' 기사 중 일부입니다. 이를 통해 국회도서실 설치에 대한 김응현 선생의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회부산도서관 표지석을 여초 김응현 선생의 서체로 만들었습니다. 표지석은 국회부산도서관 1문 앞에 있으니 도서관에 방문한다면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1953년 9월, 부산으로 피난 왔던 국회는 약 3년 만에 환도를 결정합니다.
3년간의 피란수도 부산 국회의 가장 큰 이슈로는 무소속 의원이 2/3인 국회 원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신당 운동으로 자유당의 창당과 원내 세력 재편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의원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부산 정치 파동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과 더불어 부산일보에서는 5개 주제로 임시수도 부산에서의 3년간의 국회 발자취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또한 3년간의 국회 의정 활동을 국회기록보존소에서 '6.25전쟁 발발 후 복구를 위한 국회의 입법지원활동 기록'을 국회사연표로 작성하여 서비스하고 있으며, 6.25 전쟁을 겪은 제2대 국회기록물도 일자별, 주제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1948년 제헌국회부터 현재까지의 국회의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국회부산도서관 1층 전시관의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는 '국회, 나라의 뜻이 모이다'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6·25 전쟁 중 임시 국회의사당으로 활용했던 무덕전은 지난 2004년에 철거되어 현재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국제관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국회의사당의 흔적은 국제관 앞 '부산 임시국회의사당 터' 안내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제관 입구(Gate 1)에 부착된 '국회도서관 옛터' 현판에서 국회도서관의 시작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의 서울 환도 이후 국회도서관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국회기록보존소의 「전시에서 태어난 국회도서관의 역사」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덕전의 왼쪽에 위치했던 경남도청은 휴전 후 동아대학교가 2002년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건물 및 주변 부지를 매입하면서 그해 5월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간직한 대표적인 건물로 평가되면서 2002년 9월 13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피란 중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던 무덕전과 임시 정부로 사용한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래의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釜山臨時首都政府廳舍(舊 慶尙南道 廳舍)實測調査 및 解體修理 報告書 : 本文
釜山臨時首都政府廳舍(舊 慶尙南道 廳舍)實測調査 및 解體修理 報告書 : 附錄
사라진 건축, 잊힌 거리 : 부산 근대건축 스케치
국회부산도서관의 건립은 2014년 8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 보고를 지시하면서 추진되었습니다. 이후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국회도서관의 국가문헌의 보존공간 확보 및 지식과 문화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교외 지역에 고밀도 분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국회부산도서관 건립 후보지는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 방안에 관한 연구」 및 부지 타당성 검토 등 여러 차례 연구 용역을 거치면서 부산 시민공원 등 7개의 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이중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 근린공원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부산광역시와 '국회도서관 자료보존관 건립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6월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 계획을 수립한 후 2019년 건립공사에 착공하게 되었습니다.(국회도서관. (2022). 국회부산도서관 건립백서. 국회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 기획관리과, pp.21-43 참조)
영남권 최초의 국가도서관이자 국회의 첫 번째 지역 분관인 국회부산도서관은 2022년 3월 31일 부산 강서구 명지에 개관하며 70년 만에 부산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개관 이후 국회부산도서관은 '지식을 잇-다. 미래를 읽-다'라는 마음으로 부울경 지역주민, 더 나아가 국회부산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이용자와 함께하는 도서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Family Day 행사, 시네마 천국 상영, 음악회 개최, 시민북큐레이터와 지식문화프로그램 운영 등 이용자분들이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회부산도서관의 새로운 이야기와 행사가 궁금하다면 국회부산도서관 홈페이지, 블로그 및 인스타에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1952년 국회도서관의 탄생부터 현재의 국회부산도서관까지 알아보았는데요. 70년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입지 타당성조사에 관한 연구
국회부산도서관 건립백서 = 책, 사람 그리고 공간이야기 : 2014-2022
국회도서관 70년사 = 1952-2022
한국전쟁과 임시수도 부산
현대사 현장기록 II = 경남 부산 울산
사진 엽서, 부산의 근대를 이야기하다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 : 부산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2
부민동의 역사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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