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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엔북스(Issue & Books)

제20호 예술·스포츠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2월이지만, 배구 코트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관중석을 메운 함성이 유독 가슴 벅차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 여자배구의 시간이 늘 약체라는 편견을 투혼으로 깨부수며 달려온 치열한 도전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첫 메달부터 전 국민을 잠 못 들게 했던 2020년 도쿄 올림픽의 4강 신화까지, 선수들이 코트 위에 흘린 땀방울은 매 순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의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021.8.8.). 아름다운 4위…김연경 이끈 여자배구 대표팀에 격려 쏟아졌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여자배구의 중심에는 언제나 김연경이 있었습니다. 김연경은 20여 년간 국가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지난 2025년 10월 팬들의 박수 속에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머니투데이. (2025.10.18.). ‘은퇴’ 김연경 등번호 10번, 흥국생명 역사에 남았다 ‘영구결번 선포’.) 하지만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배구 여제’가 이제는 작전판을 들고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신인 감독’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왼쪽) 머니투데이. (2025.10.18.). ‘은퇴’ 김연경 등번호 10번, 흥국생명 역사에 남았다 ‘영구결번 선포’. (오른쪽) <신인감독 김연경> 포스터.

 

최고의 선수가 반드시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M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은 2025년 하반기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예능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된 이 프로그램은 완벽주의자 김연경이 초보 지도자로서 겪는 고뇌를 담아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아시아경제. (2025.12.28.). 신인감독 김연경의 여운에 빠진 사람들…“‘넵쿠시’에 위로 받았다”.)

 

특히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코트 위를 울리는 그의 매서운 호통이었습니다. 경기 도중 흐트러진 선수들을 향해 날리는 직설적인 호통은 곧장 인터넷 밈이 되어 번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이 호통에 열광한 이유는 그것이 무의미한 감정 섞인 비난이 아니라, 경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후배들의 성장을 바라는 애정에서 비롯된 정교한 피드백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강사신문. (2025.11.19.). 신인감독 김연경 리더십.)

  • 프로그램 화면 재구성.

  • 엠뚜루마뚜루. 2025. 11. 24.

모호한 위로보다 체계가 잡힌 시스템 안에서 명확하게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가 김연경식 리더십에 반응한 것입니다. “(무조건) 잘하고 있다”는 말 대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짚어주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그의 모습은 성장을 갈구하는 청년들이 바라는 진짜 멘토의 모습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신인감독 김연경>이 2025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한 것은, 개인의 성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성장의 판을 깔아주는 김연경의 모습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표본임을 증명한 셈입니다. (MBC. (2025.12.30.). 유재석·김연경 쌍끌이 ‘2025 MBC 방송연예대상’, 최고 시청률 6.5%.)

 

 

김연경 감독이 강조하는 ‘함께 성장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제 감독의 시선으로 코트를 바라볼 차례입니다. 배구의 기본인 포지션을 이해하면 경기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 아웃사이드 히터(Outside Hitter)

왼쪽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상대 서브를 받아내는 리시브까지 책임지는 코트의 ‘살림꾼’입니다. 김연경 감독의 전공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 아포짓 스파이커(Opposite Spiker)

오른쪽에서 공격에만 전념하는 팀의 ‘해결사’입니다. 주로 수비 부담 없이 가장 강력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는 화력을 담당합니다.

 

    ⦁ 세터(Setter)

공격의 시발점이자 코트 위 ‘지휘관’입니다. 공격수가 가장 때리기 좋은 곳으로 공을 배달하는 두뇌 싸움의 핵심입니다.

 

    ⦁ 리베로(Libero)

수비 전담 선수로, 상대의 강력한 공을 몸을 던져 받아내는 ‘디그’를 통해 팀의 실점을 막고 사기를 올립니다.

 

    ⦁ 미들 블로커(Middle Blocker)

중앙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블로킹)하고 속공을 펼치는 ‘코트의 벽’입니다.

 

 

제미나이 3(나노바나나)으로 생성

 

오늘날 여자배구가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는 이유는 코트 안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연경의 팬들은 단순히 선수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선수와 함께 실현하는 성숙한 연대의 본보기로 평가받습니다.

 

그중 가장 감동적인 사례는 지난 튀르키예 산불 당시의 기부 행렬입니다. 팬들은 김연경 선수가 8년간 활동하며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튀르키예가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김연경의 이름으로 수만 그루의 묘목과 기부금을 보냈습니다. (중앙일보. (2021.8.5.). “김연경 이름으로” 배구팬들은 왜 터키에 묘목 기부했나.)

 

이 소식은 튀르키예 현지 매체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양국의 끈끈한 우정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나아가 국회에서도 주한 튀르키예 대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김연경 한-터 우정의 숲’ 조성을 논의하며 양국의 우의를 다시금 다지기도 했습니다. (유기홍 국회의원. (2021.11.17.). [보도자료] ‘김연경 우정의 숲’ 터키대사 간담회.) 팬들이 심은 묘목이 한 나라를 위로하고 국가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민간 외교’의 결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연합뉴스. (2021.11.18.). 산불피해 터키에 한국서 보낸 묘목, ‘우정의 숲’이 되었다

국경까지 초월한 팬들의 이 뜨거운 마음은 일회성 기부를 넘어 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나눔을 실천하는 ‘KYK 파운데이션’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김연경 이사장이 설립한 재단은 팬들이 보여준 연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유소년 배구 유망주 장학금 지원부터 환경이 열악한 도서 지역에 전문 코치를 파견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2024.6.9.). ‘KYK 재단’ 설립한 김연경 “유소년 발전해야 국가대표까지 발전”.) 팬들 또한 굿즈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여자배구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트에서 시작되어 국경과 세대를 넘나드는 팬들의 단단한 연대야말로, 한국 여자배구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배구 코트 위에서 배우는 교훈은 우리 삶의 태도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동료를 향한 신뢰, 그리고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그것입니다. 김연경 감독이 선수 시절 직접 써 내려간 치열한 도전의 기록부터, 팀워크의 심리학을 다룬 인문서, 그리고 승패를 넘어 연대하는 여성 스포츠인들의 에세이까지, 코트 밖에서도 이어지는 뜨거운 열정과 성장의 이야기를 책과 영화 속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 : '완성'을 향한 김연경의 생각 : Kim Yeon Koung story

  • 아직 끝이 아니다 : 배구 여제 김연경의 세상을 향한 강스파이크

  •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 알고 보면 열 배 더 재밌는 배구 이야기

  • V리그 연대기 : 식빵언니, 클러치박, 배천, 최리, 블로퀸, 쏘캡까지

  • 1승

  • 자기만의 그라운드

  • 한국에서 선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 운동 못하는 스포츠기자가 만난 운동하는 여자들

  •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 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 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 (무엇이든 이뤄 내는) 강한 마음 : 스포츠 심리학이 밝혀낸 의지의 과학

우리 삶이라는 코트 위에서도 가끔은 버거운 시련이 날아옵니다. 하지만 곁에 있는 누군가를 믿고 손을 뻗는다면 우리는 그 공을 다시 하늘로 띄워 올릴 수 있습니다. 감독 김연경과 한국 여자배구가 보여준 ‘함께의 가치’가 이번 겨울 여러분의 일상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인생이라는 코트에서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국회부산도서관은 언제나 든든한 응원군이자 동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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