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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엔북스(Issue & Books)

제25호 인문·사회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2026 포스터

2026년 7월, 세계유산 분야 최고 의사결정 회의인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972년 제정된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의 등재 및 보존·보호에 관련한 중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국제회의입니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이후 현재 위원국(임기: 2023~2027년)으로 활동 중입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이 협약에 가입한 지 38년 만에 최초로 의장국을 맡아 개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깊습니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이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13일부터 29일까지 17일간 진행되며, 190여 개 협약 가입국 대표단과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3,000여 명의 글로벌 유산 전문가가 참석할 예정입니다. (국가유산청. (2025.6.30.). [보도자료] 2026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후보도시로 '부산' 선정.)

 

이에 본 글에서는 인류 공동 유산의 등재부터 지속 가능한 보존에 이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흐름을 짚어보고, 대한민국 세계유산의 현주소를 함께 조망하고자 합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에 의거하여 설립된 정부간 위원회로서, 협약국 중 세계유산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됩니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국이 신청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것입니다.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의 자산을 넘어 인류 전체가 함께 보존해야 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에, 길고 엄격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먼저 당사국은 등재를 희망하는 유산을 최소 1년 전에 '잠정 목록(Tentative List)'에 등록해야 합니다. 이후 정식 신청에 앞서, 서류 심사를 통해 신청서의 완결성을 사전 검토받는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를 거치게 됩니다. 특히 2028년부터는 예비평가가 의무화됨에 따라, 유네스코 공식 절차에만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예비평가를 통과하여 정식 신청서가 접수되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등 자문기구 전문가들의 본격적인 현지 실사와 심층 평가가 진행됩니다. 자문기구는 평가 결과에 따라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중 하나의 의견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합니다.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자문기구의 권고 사항과 국제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최종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합니다. (중도일보. (2026.5.12.). 세계유산의 등재 절차와 과정은?.)

  •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 모습. 넓고 어두운 대형 회의장에 수많은 세계 각국 대표단이 자리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거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앞쪽 책상에는 각국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정면 무대 위에는 긴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그 뒤로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 전경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 및 국내 절차 다이어그램. 상단부는 유네스코의 등재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며, 각 단계의 조치 내용, 관련 지침, 수행 주체를 포함한다. 하단부는 국가유산청의 국내 심의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며, 각 단계의 심의 내용, 관련 예규, 심의 주체를 포함한다.

    국가유산청. (2024). 국가유산 행정 가이드북. 국가유산청, p.248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역할은 새로운 유산을 등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위원회는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이 중에 심각한 훼손 위협에 처한 유산을 관리하는 특별 목록인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을 지정합니다.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 지침(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에서 정의하고 있는 '위험'은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재료의 열화나 구조적 손상처럼 이미 발생한 위협을 의미하는 '확정된 위험(Ascertained Danger)', 그리고 무력 충돌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 향후 해당 유산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Potential Danger)'입니다.

 

세계유산이 이 중 하나 이상의 기준에 해당하여 근본적인 특징을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등재 조치는 해당 유산의 위기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긴급 보호 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제 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 내어 해당 유산이 직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인류 공동의 자산을 미래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보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면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국가와 협의하여 시정 조치 프로그램을 수립·채택하고, 유산의 가치를 회복하여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보존 활동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당시 인정받았던 핵심 가치와 특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유산의 등재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 대한 실천 가이드북

이렇듯 엄격한 등재 심사와 사후 관리라는 국제적 기준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국의 독창적이고 탁월한 유산을 전세계에 지속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의 결실은 2025년 7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입니다. 해당 유산은 선사시대부터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 발전 과정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외교부. (2025.7.12.). [보도자료]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 울산 반구천 암각화 및 주변 자연경관

    반구천의 암각화

  •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 심사가 진행되는 모습. 회의장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 사진이 띄워져 있다. 상단에 '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 좌하단에 자문기구인 'ICOMOS' 문구가 적혀 있다. 두 스크린 사이의 작은 화면에는 발언 중인 이코모스(ICOMOS) 심사위원이 보인다. 무대 아래에는 'unesco' 로고가 새겨진 푸른색 가림막 뒤로 관계자들이 앉아 있고, 그 앞 회의장에는 국가 이름 명패를 둔 대표단들이 앉아 있다.

    대한민국 반구천의 암각화 심사 모습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는 2021년 한국의 갯벌 1단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의결한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보호·강화하기 위해 전남 무안·고흥·여수갯벌과 충남 서산갯벌을 새롭게 포함하였습니다. 또한 기존 1단계 등재 때 포함된 서천·고창·보성-순천갯벌은 물새의 이동 범위와 서식공간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완충구역을 확대하였습니다. (국가유산청. (2025.10.2.). [보도자료] 「한국의 갯벌 2단계」 세계유산 확대 등재 위한 현장실사 완료.)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산 갯벌의 모습

    서산갯벌

  • IUCN 관계자들의 무안갯벌 현장 실사 모습. 왼쪽 삼각대에 거치된 하얀색 패널들이 세워져 있고, 한 남성이 지시봉으로 패널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그 앞에는 백인 남성이 안경을 쓰고 서류를 든 채 설명을 듣고 있으며, 주변의 관계자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패널과 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진일보. (2025.10.9.). 무안갯벌, 유네스코 현장실사 완료.

나아가 이번 위원회 개최 도시인 부산은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미래의 유산 자산을 선제적으로 각인시키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경무대, 임시중앙청 등 11곳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인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있습니다. 현재 세계유산 잠정목록 중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어 예비평가 등 후속 절차를 준비 중이며,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성된 국가 단위 피란수도의 사례이자, 인류 평화의 가치를 담은 유산”으로 평가받습니다. (문화일보. (2025.11.14.). "전쟁의 수도에서 세계유산으로"…피란수도 부산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11개 핵심 유산 사진과 지도 양식의 위치 안내도. 1번부터 11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11개의 유산 사진들(임시정부청사, 임시수도대통령관저 등)이 배열되어 있다. 하단 지도는 부산광역시 전체 지도에서 서구, 중구, 동구, 영도구, 남구, 부산진구 등 유산이 위치한 지역을 보여주고, 서구와 중구 일대에 밀집한 유산들의 세부 위치가 번호(1, 2, 3, 4, 5, 6, 7, 10)와 붉은색 영역으로 상세히 표시되어 있다.

피란수도 부산 유산 11곳 및 위치도

이와 같은 공식적인 논의 외에도 이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각국의 유산 전문가들이 교류하며 인류 공동의 자산을 나누는 글로벌 축제의 장이기도 합니다. 위원회 기간 동안 벡스코(BEXCO)를 중심으로 K-헤리티지 체험 공간인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 및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는 위원회 참가자와 일반 방문객 모두가 유산의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유네스코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법적 지정을 넘어, 그 땅에 살아가는 지역 사회와 시민들이 유산의 역사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보호 주체로 나설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부산의 대표적인 지식문화 거점인 국회부산도서관 역시 시민들이 인류 유산의 가치를 함께 탐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시선이 부산을 향하는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국회부산도서관의 소장자료를 통해 인류가 지켜온 위대한 유산의 궤적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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