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부산도서관 이슈엔북스 2026-9호(통권 제28호)
|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별을 헤아려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어머니를 얹었습니다. 그가 별을 헤던 밤과 우리가 사는 밤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지만, 지금 우리는 헤아릴 별을 찾는 것부터 어려워졌습니다.
인류에게 밤하늘은 아주 오래도록 달력이자 지도이자 이야기책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시리우스가 새벽 하늘에 다시 나타나는 시기로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했고, 뱃사람들은 북극성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농부들은 별자리의 위치로 씨 뿌릴 때를 알았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첨성대를 세우고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별자리를 새겼습니다. 하늘을 읽는 일은 낭만이기 전에 생존의 기술이었습니다.
이처럼 인류와 우주의 오랜 역사를 기념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우주주간(World Space Week)'입니다.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1967년 10월 10일에는 우주의 평화적 목적을 위해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관한 최초의 국제 조약이 발효됐습니다. 세계우주주간은 바로 이 두 날을 기념해 매년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집니다. 즉, 하늘을 '보던' 인류가 하늘로 '나간' 순간과, 그 하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국제적인 '규칙'을 약속한 순간을 함께 돌아보는 일주일입니다.
10월의 밤하늘은 초심자에게도 관대합니다. 여름의 화려한 은하수는 물러갔지만, 대신 찾기 쉬운 표지판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북쪽에는 알파벳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가 걸려 있습니다. 카시오페이아자리를 길잡이 삼으면 북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별자리는 이렇게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올해 10월에 그 지도 위로 유성이 지나갑니다. 10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이어지며, 10월 21일 무렵 가장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건이 좋으면 시간당 20개 안팎의 유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속 66 km로 대기에 뛰어드는 빠른 유성이라 궤적이 짧고 날카롭고, 이따금 유난히 밝은 화구가 하늘을 가르기도 합니다.
이 유성우의 정체는 핼리 혜성이 흘리고 간 부스러기입니다. 76년에 한 번 태양을 도는 이 혜성은 지나간 자리마다 먼지 띠를 남겼고, 지구는 해마다 그 띠를 두 번 통과합니다. 5월에는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로, 10월에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로 나타납니다.
핼리 혜성이 마지막으로 지구를 찾은 것은 1986년, 다음은 2061년입니다.(한겨레21. (2024.6.29.). ‘평생에 두 번’ 핼리혜성, 지구 향한 38년 여행 시작…오늘 반환점 돌아.) 대부분의 사람에게 핼리 혜성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손님이지만, 핼리 혜성이 남긴 먼지는 해마다 10월이면 어김없이 우리 머리 위에서 타오릅니다. 유성우를 볼 때 장비는 없어도 됩니다. 망원경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시야가 좁아지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유성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도심의 불빛을 등질 수 있는 어두운 곳. 둘째, 눈이 어둠에 적응할 시간 30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면 이 적응이 초기화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셋째, 자정 이후의 시간. 오리온자리는 자정 무렵부터 하늘 높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맨눈으로 별을 헤는 동안, 하늘을 '보는' 방식뿐 아니라 하늘로 '나가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올려 보내는 것이 늘어날수록, 헤아릴 수 있는 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인은 크게 두 종류의 빛입니다.
하나는 도시의 빛입니다. 밤에도 환한 도시는 안전과 활력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빛의 일부는 위로 새어 나가 대기 중의 먼지와 수증기에 부딪혀 흩어지고, 하늘 전체를 옅게 밝힙니다. 별빛이 배경보다 어두워지면, 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것과 우리가 잃은 것이 같은 빛인 셈입니다. 도시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수십 개 남짓인 반면 빛공해가 없는 곳에서는 수천 개에 이른다는 점을 떠올리면, 우리가 잃은 것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궤도의 빛입니다. 2020년 6월, 한국천문연구원의 한 연구자가 충북 괴산에서 헤르쿨레스자리의 구상성단 M13을 촬영하다가 뜻밖의 것을 함께 담았습니다.(동아사이언스. (2020.6.29.). 머스크의 지구인터넷 '스타링크' 위성 천체 관측 방해 국내서도 현실화.) 사진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여덟 줄의 실선, 스타링크 위성 8기가 남긴 궤적이었습니다. 저궤도의 군집위성은 해가 진 뒤에도 한동안 태양빛을 반사해 밝게 빛납니다. 별을 담으려던 망원경에 위성이 담긴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스페이스X는 2026년 위성 100만 기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를 청사진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은 저궤도에 폭 약 55 m 크기의 대형 반사 거울 5만 기를 띄워 지상의 태양광 발전소로 빛을 보내겠다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글로벌이코노믹. (2026.3.24.). 머스크의 ‘우주 AI 데이터센터’ 100만기 구상, 밤하늘 파괴하나…천문학계 “인류 유산 위협” 강력 반발.) 전문가들은 이 거울들이 궤도를 메울 경우 지구 전체 하늘의 밝기가 지금보다 최대 3배까지 밝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로버트 매시 영국 왕립천문학회 부국장은 이를 두고 인류 문화유산의 핵심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밤하늘을 누릴 권리가 천문학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인공위성의 밝기를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 규칙은 아직 없습니다.
궤도에 남는 것은 빛만이 아닙니다. 임무를 마친 위성, 떨어져 나온 로켓 잔해, 부딪혀 부서진 파편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10 cm 이상의 우주폐기물이 약 5만 4천 개, 1~10 cm는 약 120만 개, 1 cm 이하는 1억 3천만 개로 추정됩니다.(조선일보. (2026.6.1.). 위성 10만기 시대 오나…인공위성 폭증에 몸살 앓는 지구 저궤도.) 이 파편들은 시속 약 4만 km,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돕니다. 충돌이 파편을 낳고 그 파편이 다시 충돌을 부르는 연쇄가 시작되면 궤도 자체를 쓸 수 없게 되는데, 이를 케슬러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그래도 오늘 밤, 고개를 들면위성 100만 기가 예고된 하늘 아래에서, 오늘 밤 별을 보는 일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의 밤하늘은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밤하늘 중 가장 어두운 하늘일지도 모릅니다.
윤동주는 별 하나에 이름을 하나씩 붙였습니다. 이름을 붙이려면 먼저 보아야 하고, 보려면 어두워야 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 이번 세계우주주간을 맞아 한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밤 별을 보고, 내일은 국회부산도서관 서가에서 그 별의 이름을 찾아보신다면, 밤하늘에 대한 감상이 조금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