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에는 창조와 파괴가 끊임없이 교차해 왔습니다. 폐허가 된 전장에서 인간은 다시 모여 창조의 문명을 지었지만 이 문명은 다시 전쟁으로 파괴됐습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창조를 담당한 건 자연의 이치에 대한 앎과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과학 지식이었습니다.(p. 5)
물불 가리지 않는 술책을 사용하는 최고의 협상 기술자였던 자하로프는 러시아-튀르크 전쟁 당시 튀르키예에 잠수함 두 대를 판 다음, 러시아에 “튀르키예는 이미 두 대의 잠수함을 샀습니다.”라는 말로 자극해 총 네 대의 잠수함을 팔았다.(p. 99)
개틀링은 “한 명이 백 명처럼 싸울 수 있게 하고 싶었어.”라고 기관총 발명의 이유를 회고했다.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부상 위험 자체를 줄이기 위해 대량 살상용 총을 만든 셈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가 그렇게 순수한 의도로 만든 기관총은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p. 114)
작년 흥행했던 영화‘오펜하이머’를 봤다면,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인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만큼 흥미로운 24가지 과학적 사건을 짚어준다. 역사는 방대하고, 과학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가 큰 줄기를 따라 정리한 이 두 낯선 분야의 관계성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 세계 정세까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번에 과학과 세계사 지식을 모두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읽어보길 권한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저자
박영욱
발행사항
파주 : 교보문고, 2024
목차
들어가는 말: 창조와 파괴의 만남
1장 직업으로서의 과학자 - 라부아지에의 화약 2장 과학, 정치와 만나다 - 왕립 과학 아카데미와 미터법 3장 강한 군대를 위한 학교 - 나폴레옹이 사랑한 에콜 폴리테크니크 4장 프로이센의 반격 - 워털루 전투를 향한 빌드업 5장 공학의 탄생 - 그리보발의 대포 6장 크림 전쟁과 1세대 방산 기업 - 암스트롱 포 vs. 휘트워스 라이플 7장 트라팔가르 해전이 쏘아 올린 근대 해군력의 진화 - 나폴레옹 함부터 드레드노트까지 8장 군국주의 시대 죽음의 상인 - 무기 로비스트, 배질 자하로프 9장 1차 세계대전 공포의 살상 무기 - 하버의 암모니아 10장 총기 대량 생산 시대 - 개틀링의 기관총과 휘트니의 조면기 11장 우연히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 - 포드의 장갑차 12장 빠른 군납을 위해 모든 것을 동일하게 - 셀러스의 표준 나사 13장 엘리트 군인 만들기 - 세이어의 웨스트포인트 14장 과학 기술이 돈이 되다 - 에디슨의 GE와 벨의 AT&T 15장 철보다 강한 섬유를 군수품으로 - 듀폰의 나일론 16장 전쟁이 키운 학교 - MIT의 공학 vs. 칼텍의 기초 과학 17장 2차 세계대전, 미국의 시대가 열리다 - 버니바 부시의 국방연구위원회 18장 원자는 쪼개진다 - 상대성 이론과 원자핵분열 실험 19장 전쟁을 끝내다 -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 20장 뜨거운 전쟁에서 차가운 전쟁으로 - 냉전 시대 푹스와 맥마흔법 21장 핵이 만든 또 다른 무기 - 텔러의 수소폭탄 22장 육군 대 해군 대 공군 - 리코버의 핵 잠수함 23장 우주로 쏘아 올리다 - 고더드와 대륙 간 탄도 미사일 24장 냉전 그 후, 끝나지 않은 전쟁 - 정밀 유도 무기부터 인공지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