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여행한다는 건 건물이 왜 지어졌는지, 누가 살았는지, 왜 남겨져 있는지 생각하는 일이다. 건축을 통해 서울을 여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을 구경한다는 명분으로 벽돌과 유리창을 들여다보지만 사실 서울이 겪은 시간을 마주하는 것이다. (p. 7)
복원은 무엇일까. 어떻게 지난 모습을 보존하고, 사용해야 할까. 이 질문에 건축가는 옛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사용하며 시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건물을 통해 답한 것 같다. 멀끔한 모습으로 영원히 박제되는 게 아니라, 여전한 이용을 위한 단장. (p. 331)
도시에서의 시간은 초와 분 단위로 빠르게 흩어진다. (중략) 하지만 오래된 건물 안에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건물 속 벽돌, 창문, 천장을 보며 과거를 또렷하게 느낄 때 건물 안에 있는 현재의 나도 선명해진다. (p. 491-492)
서울에 거주하는 저자는 주말이면 여행자처럼 낯선 시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행하고 기록했다. 한국의 유명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을 따라 여행 코스를 소개하거나, 높은 빌딩 숲 사이 근현대 시간이 담긴 역사적 장소들, 익숙한 풍경 속 못 본 채 지나쳤던 공간들을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았다. 사진 속 건축물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서울이 달라 보인다. 일상을 떠나 새롭고 아름다운 서울을 여행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