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는 죽지 않았다. 시는 동요에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목숨이 일곱 개나 되는 불사신이다. 시를 괴롭히고 길거리로 끌고 다니고 침을 뱉고 조롱거리로 만들고 목 졸라 죽이려 들고 추방하고 감옥에 집어넣고 총알을 난사해도 여전히 살아남아서 갓 씻은 해맑은 얼굴을 보이고 갓 찧은 쌀알 같은 웃음을 짓는다. (p. 232)
최초의 탄환이 스페인 기타를 관통하고 거기서 음악 대신 피가 솟구쳐 나오자 내 시는 인간의 절망이 널브러진 길 한가운데서 유령처럼 서성거렸고, 시에서는 무수한 뿌리가 생겨나고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그때부터 내 길은 다른 사람들의 길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고독이라는 남쪽에서 민중이라는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내 보잘것없는 시는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어, 무거운 고통으로 흘린 땀을 닦아 주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했다. (p.254)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다. (p. 685)
라틴아메리카의 최고 시인이며,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1990년대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 와 원작 소설<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으로 그의 삶과 문학적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루다의 어린시절 시골에서 보낸 시간부터 전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시를 통해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 자서전은 단순히 시인의 이야기를 넘어 20세기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함께한 네루다의 인생을 조명하며 그가 인간으로서 겪은 고뇌와 성장을 엿볼 수 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의 꿈과 사랑이 담긴 시의 세계를 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장 시골 소년 25 2장 도시의 방랑자 65 3장 세계의 길 103 4장 빛나는 고독 137 5장 가슴속의 스페인 185 6장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서 229 7장 멕시코, 꽃과 가시의 땅 257 8장 암담한 조국 283 9장 망명의 시작과 끝 323 10장 여행과 귀환 365 11장 시는 직업이다 409 12장 희망과 고난의 조국 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