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길은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이자 머무는 ‘장소’였다. 사람들은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고, 평상이나 의자를 두고 모여 앉아 쉬었으며, 아이들은 놀이판을 바닥에 그려가며 뛰어놀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길의 중앙을 자동차에게 넘겨주고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된다. (p. 19)
도시에 장소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삶을 기록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p. 35)
교통신호에 따라 나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도시에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노점의 과일이나 길가에 핀 꽃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최소 한 주기만큼의 지체를 감내하는 큰 결단이 필요하다. (p. 77)
우리는 자동차에 도시를 빼앗겼다. 도로의 눈은 곧바로 치워야 하지만, 보행자의 길은 예산 부족의 이유로 종종 방치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자동차가 가져온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람과 자동차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은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더 나은 공간으로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도시 계획과 공간 설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공원, 광장, 상가 등 다양한 도시 환경 사례를 통해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도시 계획을 전문적이지만 부담 없이 풀어낸다. 특히 ‘도시를 고쳐 쓰자’라는 말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도시의 이면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독자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 도시의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