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명지도 일대는 농경지로 개척되지 못하여 미개척지가 남아 있었으며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명지도는 인근에 갈대 생산이 성하고 바다에 연해 있어 조선시대부터 염전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명지도는 낙동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낙동강 수운과 영남로를 이용하여 내륙으로 소금 운반이 용이하였다. (p. 93)
대부분의 표지석(마을비)에는 마을을 소개하는 글이 새겨 있다. 텍스트에는 마을 유래 뿐 아니라 개척과 농업 근대화를 거치면서 농민들이 경험한 삶의 기억과 함께 미래의 지향 목표도 축약되어 있다. 주민들이 공동의 기억을 토대로 함께 쓴 것이서 마을민들이 공유한 심상(心象)을 보여준다. 비록 세련된 글은 되지 못하나 타자의 시선으로 쓴 글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다. (p. 195)
지도는 그림과 지명을 통해 장소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보는 이들은 지도를 읽음으로써 장소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고지도는 장소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이를 통해 과거의 공유된 공간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p. 220)
국회부산도서관이 위치한 명지신도시의 역사는 과연 어떻게 흘러왔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의 저자는 조선시대부터 명지도로 불렸던 낙동델타(삼각주)의 지리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낙동델타는 조선시대 농업 개척 역사와 일제강점기 식민지 농업, 1960년대 이후의 농업 근대화와 도시화 시대를 겪은 현장으로, 각 시기의 기록물들이 문헌 형태로 많이 남아있다. 책은 시대별로 잘 정리된 고지도와 마을비의 글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농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지키고 운영하면서 갈대밭이고 염전이었던 척박한 환경을 농지로 개척하는 과정과 흔적을 소개한다. 지금은 비록 고지도와 명지동 울림공원에 있는 마을비의 이야기로 존재하는 역사이지만, 이 책을 통해 '명지'라는 장소가 가진 공간에 대한 기억의 소중함을 느껴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