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소심하게 혼자서 달렸다. 하지만 동생과 같이 달리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을 보니 이제부터는 날로 뜨거워지는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다른 러너들에게 숨기지 말아야겠다. 내가 아무리 느리게 달리고 아무리 팔씨름을 못한다고 한들 그게 무슨 대수일까. (p. 132)
운동을 하려는 마음이 있고 운 좋게 멀쩡히 움직이는 몸이 있다면 운동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거면 되었다. 거기에 노력과 약간의 행운이 더해진다면 자신을 둘러싼 불행이 서서히 걷힐 것이다. 그간 열망했던 안도감을, 누구나 누릴 자격이 있는 안도감을 누리게 될 것이다. (p. 191)
마침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 울음과 공황 발작이 줄어들면서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평생 갈 줄 알았던 육체적 고통도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가 한 가지 간명한 사실로 귀결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내가 더 행복해진 것이었다. (p. 290)
이 책은 '러닝크루', '런린이'. '러닝코어' 등 신조어가 생길 만큼 달리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한국 사회 속에서 러닝의 본질적 의미를 되새긴다. 저자 벨라 매키는 영국에서 기자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불안장애와 이혼, 사별로 무너진 삶을 달리기를 통해 회복한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녀는 완벽한 성공담 대신 넘어지고 비틀거린 과정을 솔직히 기록하며, 아직 시작하지 못한 이들에게 용기를 건넨다. 달리기가 불안을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했지만, "딱 1분만 더"를 외치며 나아가는 순간 그녀의 삶은 달려온 거리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다. 이 책은 외적인 과시나 트렌드에 머물러 있는 러닝 문화를 넘어서, 달리기의 진정한 기쁨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과 마주하는 데 있음을 일깨운다. 불안에 지친 현대인에게 단순한 러닝 지침서를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인생 재부팅 매뉴얼'을 선사한다.
1K 도망치는 게 아니라 달리는 중입니다 2K 우리는 조금 돌아가고 있을 뿐 3K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오다 4K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 5K 누구에게나 달릴 자격이 있다 6K 공황을 뚫고 달린다 7K 달리면서 소리 지르기 8K 달리기에 정석은 없다 9K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10K 우리는 끝까지 비틀거릴 거다 끝으로, 당신도 달리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