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991년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가보는 우리 산림관리인 관사 뒤편의 산림보호구역에 떡하니 서 있다. 나이가 이백 살이 넘었고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어도, 그의 삶은 절대 따분하지 않았다. 그는 거기 서서 우정을 맺었고 온갖 위기를 무사히 넘겼으며, 정교한 소식통을 통해 저 먼 숲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전해 들었고, 요즘은 우리 인간이 불러온 생활 공간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p. 9)
나이가 많은 나무는 유전자에 수많은 전략을 저장하고 있으므로 숲에서 일종의 데이터뱅크 기능을 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자기 후손에게 유익할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전체 숲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런 최고령 나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계 전체의 적응력이 그런 나무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 278)
나무는 온갖 전략을 짜내서 추위와 더위와 가뭄에 맞섰을 것이다. 그 전략이 유전자에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활성화되므로 그런 유럽전나무들은 남유럽에서 온 친구들보다 훨씬 유전자의 폭이 크다. 후생 유전이란 무엇보다 유전 표지자를 이용해 유전자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유전 표지자는 개체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며 심지어 다음 세대로 유전도 된다. 기억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바로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 294)
『너도밤나무가 들려주는 숲속 이야기』는 한 그루의 늙은 너도밤나무가 들려주는 자서전이다. 얼핏 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 저자가 사는 관사 뒤편에 있는 늙은 너도밤나무를 주인공으로 나무의 삶을 창의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단순히 상상력으로 의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최신 연구와 논문을 토대로 사실을 묘사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나무는 고요히 그 자리에 살아간다. 그 때문에 우리는 나무의 삶이 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책을 통해 들려주는 나무의 삶은 역동적이다. 책 속에서 나무는 성장하여 자손을 낳고 기르며, 숲 공동체 안에서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은 물론 숲을 살아가는 동물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생명체로 그려진다. 이러한 나무의 역동적인 삶의 일면은 놀랍게도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나무의 관점에서 숲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숲과 자연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부 너도밤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01 때가 되었으니…… 02 세상의 빛 03 거대한 어머니들 04 늙은 선생님 05 숲에서 날아온 소식 06 긴 잠 07 쓰디쓴 교훈 08 빈터 09 위험한 상처 10 뾰족이의 등장 11 이상한 두발짐승 12 마침내 어른이 되다 13 사랑의 기적 14 멧돼지 막는 법 15 달콤한 피 16 두발짐승이 숲에 눌러앉다 17 피부에 난 구멍 18 치명적인 기회 19 무덤 20 불행이 시작되다 21 비를 부르는 방법 22 큰 가뭄 23 곱사등이 이모 24 가혹한 판결 25 큰 아픔 26 이상한 선물 27 새로운 언어 28 고귀한 자들의 세상에서 29 기대하지 않은 도움 30 세상이 더 커지다 31 좋은 이웃 32 위대한 중재자 33 이야기의 끝
2부 과학적 배경 장소 나무 해부학 자동기계 시대의 종말
01 때가 되었으니…… 02 세상의 빛 03 거대한 어머니들 04 늙은 선생님 05 숲에서 날아온 소식 06 긴 잠 07 쓰디쓴 교훈 08 빈터 09 위험한 상처 10 뾰족이의 등장 11 이상한 두발짐승 12 마침내 어른이 되다 13 사랑의 기적 14 멧돼지 막는 법 15 달콤한 피 16 두발짐승이 숲에 눌러앉다 17 피부에 난 구멍 18 치명적인 기회 19 무덤 20 불행이 시작되다 21 비를 부르는 방법 22 큰 가뭄 23 곱사등이 이모 24 가혹한 판결 25 큰 아픔 26 이상한 선물 27 새로운 언어 28 고귀한 자들의 세상에서 29 기대하지 않은 도움 30 세상이 더 커지다 31 좋은 이웃 32 위대한 중재자 33 이야기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