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모두와 동등한 인간이며, 특별한 보호를 받는 동안에도 어린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다. 어린이는 자유롭게 꿈꿀 권리와 꿈을 포기할 권리를 가진다. 어른이 대신 꾸는 꿈은 꿈이 아니다. 그건 어린이의 꿈을 짓밟고, 인류가 진보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어른들의 만행이다. 어른이 어린이를 타자화할 때 아동 혐오가 시작된다. (p. 8)
노키즈존이 탄생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노키즈존 현상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약자 혐오’와 ‘돌봄의 사회화에 대한 인식 부재’이다. 전자가 개별 구성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면 후자는 사회적 구조와 환경을 살펴야 할 이유가 된다. (p. 87)
우리는 어린이·청소년 혐오와 어린이·청소년 보호를 동시에 넘어서야 한다. 다른 많은 소수자 차별의 문제가 그렇듯이 그 대안은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공존이고, 총체적인 인권의 신장이다. 어린이·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환대해야 하며, 평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p. 226-227)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존재’라고 말하면서도 공공장소와 일상에서 그들을 배제하고 침묵시키는 모순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정치하는엄마들, 어린이책시민연대, 청소년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집필한 『노키즈존 한국 사회』는 노키즈존의 확산, 혐오 표현, 각종 규제와 통제 등 어린 사람들을 향한 차별의 현실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어린이를 미성숙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사회적 혐오로 이어지는지, 또한 그러한 인식이 공공장소와 교육, 제도 전반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차분하게 분석하면서, 어린이를 시민으로 존중하기 위한 실천과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혐오와 배제가 일상에 스며드는 지금, 어린이·청소년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일상 속 차별을 되돌아보게 하고,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