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샬레에 우연히 섞여 들어간 푸른곰팡이 주위에 세균이 증식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발견된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병사의 생명을 구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감염증 치료에 크게 공헌했다. 푸른곰팡이가 만들어 낸 화학 물질이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49)
하버-보슈법으로 얻은 암모니아를 질산이나 황산과 반응시키면 질산암모늄이나 황산암모늄 같은 화학 비료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질소가 풍부한 비료 덕분에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작물의 수확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식량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 (p. 188)
에틸렌의 수소 원자를 적당한 원자로 치환한 비닐 유도체를 사용해 고분자화하면 염화비닐이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의 고분자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분자 화합물이 이제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p. 206)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물을 가공하는 기술을 토대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단순한 자연물로 보이는 ‘흙, 돌, 식물’도 모두 인류의 삶을 바꾼 핵심 자원이다. 식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로 만든 종이는 기록 문화를 가능하게 했고, 광물을 녹여 금속을 얻는 기술은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었다.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은 이처럼 문명의 진보를 이끈 ‘셀룰로스, 약, 금속, 세라믹, 원자핵, 자석’ 등 열두 가지 물질을 통해 인류 발전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 물질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을 거쳐 오늘날의 풍요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필수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그 위험을 통제할 것인가는 인류 공동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물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은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질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