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고독사 연구는 고립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 동안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고독사를 통계 속 숫자로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개인들의 기록을 통해 그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p. 8)
혈연이나 법적으로 맺었던 관계가 과거의 상처와 사건들로 인해 끊어졌더라도, 그것으로 인간관계가 전부 끝나는 건 아니다. 가족과 멀어진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만남과 이어질 수 있다. 단절된 관계를 뒤로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연결은 고립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 (p. 82)
그럼에도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나 동료, 이웃이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삶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된다. 이 안전망은 정부의 제도보다 먼저 작동한다. 정보를 나누고, 함께 방법을 찾고, 필요한 일을 도와주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주고 길을 찾게 한다. 지금은 비록 건강하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이라도, 가족 말고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p. 209)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맞이한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사회와의 연결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실제 고독사 사례를 사회적 부검의 방식으로 들여다보며, 그들의 삶에 어떤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빈틈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부재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변화한 삶의 방식에 맞는 새로운 관계망과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관계가 우리를 삶의 위기에서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서로의 존재를 살피는 일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한다.
1장 우리 곁의 이상한 죽음들 - 현대 한국의 고독사 - 통계로 읽는 고독사 - 사람들은 왜 고독사를 두려워할까 - 고독사와 지역사회 -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 고독사와 사회적 부검
2장 누적된 실패와 고립된 삶 -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단절을 선택하다 (이준영) - 잘나가던 인테리어 사업자의 죽음 (최정준) - 중년 남성은 왜 더 고립되는가
3장 제도의 공백과 서비스의 지연 - 어느 기초생활수급 탈락자의 죽음 (김선화) - 고독한 정착민의 투병 (장복민) - 코로나19의 고립 속에서 숨을 거둔 독거노인 (한순례) - 존재하지만, 연결되지 않는 제도
4장 자존과 생존 사이에서 - 파란만장한 삶, 또는 쓸쓸한 죽음 (차영일) - 어느 고양이 아빠의 죽음 (박종후) -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5장 그 동네는 왜 고독사가 많을까? - K동 사례연구: 한 도시의 고독사 절반이 집중된 동네 - S시의 경제·사회적 변동과 1인 가구 밀집의 배경 - 고독사를 함께 겪는 동네 - 도시와 인구의 변화가 낳은 고립
6장 취약하다는 것은 단절되었다는 것 - 중노동으로 망가진 몸 (전창원) - 어느 자립준비 청년의 죽음 (정선철) - 난치병으로 고립된 중년 (소민호) - 중독의 수레바퀴에 빠진 쪽방촌 생활자 (김철민) - 도와줄 동료와 이웃, 어른이 필요하다
보론 외로움과 고립 예방을 위한 각국의 노력 - 영국: 외로움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 -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슬기로운 역할 분담 - 독일: 외로움의 증가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 한국: 촘촘한 연결 사회를 위하여 * 더 읽어보기: 나의 사회적 고립도와 외로움 상태 점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