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산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

검색 아이콘
홈
  • 검색
    검색 아이콘
닫기

책의 조각들

사서 Pick!
  • 영화의 집과 문학의 집은 서로 상대를 배반하거나 초과하는 타자다. 그럼에도 서로 순환한다. 내가 붙들어보려 했던 것은 한 세계가 다른 세계로부터 탈출하고 몸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긴장이었다. 문학의 집과 영화의 집에 나를 가두고, 빛으로 가득한 그 시공간을 오히려 어둠 속을 더듬는 사람처럼 한 걸음씩 통과하면서 누락되었거나 발명된 순간들을 마주할 때의 희열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 (p.13)

  • 인간은 자기 삶을 매 순간 '부분'으로서 살아내며 시작과 끝을 '전체'로서 관망하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를 지닌다. '끝'에 이르러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더라도 이것은 실시간적인 조망이 아니라 사후 재구성에 가깝다. 끝에서 과거를 바라볼 순 있다. 그러나 중간에서 현재를 보는 일은 불가하다. 탈선할 가능성, 경유지에 잘못 하차할 가능성, 시간표가 어그러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에서 기차는 인생을 닮았다. (p.246)

  • 우리는 어떤 사건이든, 사망자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만 기억해왔다. 전쟁, 테러, 학살, 난민, 기근, 화재, 붕괴, 빈곤 등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통계 수치는 '죽은 사람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내고, 한 개인의 얼굴과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해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집단으로 떠난 것이 아니며 모두 자기만의 이름과 얼굴을 가진 '한 명'의 개인이었다. 『햄닛』과 「햄넷」은 우리가 감당하려 하지 않았던 '단수로서의 죽음'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다. (p.419)

영화 영화읽기 영화에세이
추천의 글 by 사서 고슴도치

『밤과 책』은 영화와 그 원작이 된 소설·희곡을 나란히 펼쳐놓는 책이다. 단순히 선행 문학과 후행 영화를 비교하는 작업은 아니다. 삶의 서사가 텍스트와 영상이라는 각기 다른 형태로 빚어지고 변용될 때, 우리는 두 개의 세계와 창작자의 시선을 목격한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세계의 차이를 발견하는 여정은 다양한 감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며, 끝내 "서로의 영역을 확장하리라는 믿음"에 다다른다. 저자가 이끄는 이 믿음의 시선을 포개어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술과 삶을 더욱 풍성하게 독해할 수 있다.

책정보
상세보기
책제목
밤과 책 : 영화 탐문
저자
지은이 : 김유태
발행사항
파주 : 글항아리, 2026
목차

들어가며_두 채의 집

소진되는 무대, 침식되는 생애
릴리안 리 『사랑이여 안녕』 ∥ 천카이거 「패왕별희」

은밀한 침대를 단호히 가르는 직선의 빛
장아이링 「색, 계」 ∥ 리안 「색, 계」

죽음 앞에서만 우리는 가장 진실된 사랑을 한다
패트릭 마버 『클로저』 ∥ 마이크 니콜스 「클로저」

이 소설의 독자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어야 한다
이언 매큐언 『속죄』 ∥ 조 라이트 「어톤먼트」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츠지 히토나리·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 ∥ 나카에 이사무 「냉정과 열정 사이」

모독의 지점을 통과할 때 더 깊이 각성된다
엔도 슈사쿠『침묵』 ∥ 마틴 스코세이지 「사일런스」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길을 잃기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 미카엘 하네케 「피아니스트」

웃음은 가장 인간적인 반론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 장 자크 아노 「장미의 이름」

그들의 우주선은 하나의 검은 렌즈였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 드니 빌뇌브 「컨택트」

말해지지 못한 욕망은 말해진 욕망보다 위험하다
아르투어 슈니츨러 『꿈의 노벨레』 ∥ 스탠리 큐브릭 「아이즈 와이드 셧」

동일인이라는 형벌
와즈디 무아와드 『화염』 ∥ 드니 빌뇌브 「그을린 사랑」

세계는 ‘과잉’의 인간도, ‘결핍’의 인간도 버티지 못한다
토머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 ∥ 조너선 드미 「양들의 침묵」

생을 균열시키며 뒷면으로 가는 여행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 빌 어거스트 「리스본행 야간열차」

죄의 냄새, 혹은 향에 취한 자들의 세상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 톰 티크베어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타인에게 손 내밀지 않는 세대의 출현
코맥 매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엔 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떠돌이 주님과 이미 오신 예수
코맥 매카시 『로드』 ∥ 존 힐코트 「더 로드」

다 같이 패배하는 데서 얻는 위로
피터 셰퍼 『아마데우스』 ∥ 밀로스 포먼 「아마데우스」

희망은 구원을 초월한다
스티븐 킹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프랭크 다라본트 「쇼생크 탈출」

개의 아가리에서 구하소서
토머스 새비지 『파워 오브 도그』 ∥ 제인 캠피온 「파워 오브 도그」

신은 사건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 에드워드 버거 「콘클라베」

파도에 올라타지 말 것
토머스 핀천 『바인랜드』 ∥ 폴 토머스 앤더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검은 명단에 새겨진 하얀 구원의 빛
토머스 케닐리 『쉰들러의 방주』 ∥ 스티븐 스필버그 「쉰들러 리스트」

죽은 자의 이름으로 영원을 살다
매기 오패럴 『햄닛』 ∥ 클로이 자오 「햄넷」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