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안일, 가사, 돌봄노동처럼 '일' 중심의 표현보다 순우리말인 '살림'이라는 말이 돌봄의 의미를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살림이라 하면 빨래, 청소, 요리와 같은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살림은 '살리다'에서 온 말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살림을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 정의한다. 즉, 살림이라는 말에는 나와 네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돌보는 관계라는 뜻이 담겨 있다. (194p.)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의 노력'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조금 더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면, 재테크로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하면,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으로 건강을 잘 챙기면, 명상하고 상담받으며 정신건강을 관리한다면, 내 삶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1인가구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우리가 외면해 온 진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상호의존성, 바로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 말이다. (363p.)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응이 아니라 수정이다. (중략) 개개인이 위기에 적응하려 애쓰는 것을 넘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가려는 노력이라는 전통적인 틀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시장의 논리와 가족의 논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공동체의 길이 놓여야 한다. 각 장의 끝에 덧붙인 사례들은 바로 그 길을 향한 걸음들이다. 이러한 걸음들이 모여 길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367p.)
2025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왜 혼자 사는지" 설명해야 하는 소수자로 남아 있다. 저자는 2019년부터 100명의 1인 가구의 삶을 연구하고 목소리를 모아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집필했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1인 가구의 배경과 조건이 모두 다르지만,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적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1인 가구의 현실을 설명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지만,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소통과 소속감은 인류의 본원적 욕구다. 태어나는 순간 탯줄을 끊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듯, 생을 마감할 때 우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장례를 치러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연적 혼자의 시대'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짚어낸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모든 혼자에게 건네는 안부이자 질문이다.
1. 가보지 않은 길 매뉴얼이 없는 시대의 도래 보통 사람 1인가구 결혼이 더 불안한 세대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거대한 판의 이동 진실에 가닿는 응시 작은 가능성〉 비난이 가리는 것
2. 나를 갈아 만든 일 무책임한 가장은 해고했던 이유 이제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나 지금 내 코가 석 자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업무용으로 최적화한 삶 관계는 운명이고 커리어는 계획이다 교육자와 회계사의 갈림길 독창성의 이름으로 이기는 자아와 사랑하는 자아 너는 좀 더 일을 해야 마땅해 내 전체의 인생 신자유주의의 북소리를 따라서 작은 가능성〉 1인분의 복지
3. 나를 수리하는 여가 게임을 하면 레벨이라도 올려야죠 카트에 든 자기계발 다 울었니? 그럼 출근하자 누구를 위한 자기성찰인가 타인이라는 백색소음 엄마 아니면 플랫폼 뒤늦게 도착한 청구서 노동시장이 원하는 홀몸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자가발전기 각자도생의 사회 작은 가능성〉 국가는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가
4.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당신이 가진 것은 무엇입니까 과제를 잘해낸 모범생들 와인 한 병의 경계선 가진 게 돈밖에 없어요 유튜브가 낳은 살림꾼들 청년 1인가구의 가성비 생존전략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삶 돈 없는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마이너스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그곳 돈으로 퉁칠 수 없는 영역 작은 가능성〉 제3의 장소는 어떻게 당신을 살리는가
5. 왜 셰프도 혼자 살면 라면만 먹을까?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혼자서는 돌봄이 안 될까 생활이라기보다는 생존 봐주는 존재 해줄 게 있어서 다행이구나 나랑 같이 밥 먹을 사람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쳐서라도 윌슨을 애정하는 마음 자기돌봄이 놓치고 있는 것 작은 가능성〉 나에게 돌아온 안부
6. 혼자 하는 살림의 경제학 돈은 혼자의 삶을 얼마나 바꿀까 좁은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요 인생은 투룸부터 시작된다 패밀리팩과 음식물 쓰레기 1인가구 식사의 스펙트럼 배달 음식의 진정한 애용자 김치볶음밥과 수제 샐러드 저속노화 편의점 도시락 빨래방과 세탁서비스의 차이 문턱에서 끝나는 서비스 편리함이 삶의 질이 되지 못할 때 작은 가능성〉 우정에 주소를 주다
7.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생애 동사로서의 가족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 보호막, 울타리, 정체성 조카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가족의 상비군 친밀감이라는 보상, 소속감이라는 위안 그러면 이모가 섭섭해 그렇게 1인가족이 되다 잊혀진 친족 롤러코스터를 타는 1인가구의 생애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밑동 작은 가능성〉 상호호혜의 숲
8. 마무리가 있는 인생 죽음이라는 사회적 사건 어떤 풍경으로 끝나는가 아무리 아파도 출근하는 이유 안 아프고 깔끔하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비참하다는 프레임 누가 나를 위해 울어줄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좋은 죽음, 그래서 좋은 삶 작은 가능성〉 무덤 곁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