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의 기본정신은 1970년대 초 생태학자인 배리 커머너가 만들었던 생태학 법칙의 첫번째 항목처럼 모든 것은 그 외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란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인간과 자연의 끊을 수 없는 연결에 대한 확언으로, 자연주의자 존 뮤어의 말을 보다 쉽게 표현한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지만 누구도 '섬'은 아니다. 삶은 때론 힘겹지만, 그래도 고립이 아닌 연결을 찾고 만들어 가며 함께 살아내야 하는 책임이 따르는 선물이자 축복이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유형무형의 모든 것들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전 인류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 (p.74-75)
질퍽거리는 사이프러스 스웜프나 하드우드 스웜프를 학생들과, 또는 동료 연구원들과 걸었던 나의 경험은 인생 고비마다 상기되곤 했다. 그건 '질퍽거리며 빠질 것 같아도 힘을 내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 삶은 늘 편평하고 마른땅 위에 두 발을 디디고 꼿꼿이 서 있는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진 혹은 빠져가는 듯한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나름 살아내기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p.104-405)
생태시인 게리 스나이더는 "자연은 방문하는 장소가 아니라 home이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자연을 외부에 따로 떨어진 장소로 보는 현대인들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타자화해 온 현대사회의 문화적 태도와 인식에 대한 변화없이 여러 환경문제에 자연기반해법을 떠드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습지를 비롯한 다양한 자연생태계에 대해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home'이라는 정서적, 감정적, 혹은 심리적인 고양과 교감이 다양하게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p.309)
이 책은 생태학자인 저자가 30여 년간 습지를 연구하며 쌓아온 사유와 연구 여정을 담은 생태 회고록이다. 어둡고 축축한 습지를 생명의 에너지와 탄소가 쉼 없이 순환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조명하면서, 단순한 과학적 분석을 넘어 자연의 리듬이 어떻게 생태계를 지탱하는지 깊게 탐구한다. 또한 저자는 땅도 물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습지가 범람과 건조를 반복하며 자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모습이 곧, 굴곡 많은 인간의 인생과 닮아있음을 고찰한다. 때로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삶의 회색지대 속에 갇힌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하는 '토양의 기억'처럼, 잠시 침수되고 멈춘 듯한 순간 역시 생명의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연결과 회복을 아우르는 자연의 법칙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자연현상만이 아닌, 삶의 은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장 미나리에서 올렌탄지강 습지공원까지 - 16 2장 안녕, 닥터 안(Hi, Dr. Ahn)! - 40 3장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신성한 습지 - 64 4장 스웜프 씽(The Swamp Thing) - 88 5장 생명의 물을 정화하는 습지 - 106 6장 습지은행의 추억 - 124 7장 리듬 속의 그 춤을 1 - 150 8장 리듬 속의 그 춤을 2 - 170 9장 오카방고의 추억 - 186 10장 체험학습을 위한 야외 습지 연구공간 - 198 11장 외딴섬 부유습지 로맨틱 - 218 12장 생태학과 예술 사이 어디쯤 - 246 13장 습지토양이 색으로 간직하는 물의 기억 - 266 14장 홈커밍(Homecoming), 집으로 - 292